일상 기록

설레는 역할_#2

졔(jye) 2025. 11. 30. 23:47

#물꼬가 트이다. 

 나는 직무로 설명하기 보다는 역할 개념에 더 맞는 사람이었다.
 부트캠프 때도 "앞으로 직무는 점점 더 융합이 되어갈텐데 그렇다면 중요한 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라는 말을 했었다. 근데 나는 그걸 알면서도 직무 언어로 나를 설명하려고 하다 보니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해왔는데 이것과 맞는 걸까?' 하면서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기 시작했다. 어떤 생각으로 일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성과보다 어떤 문서가 왜 좋았는지, 어떤 순간이 서운했고, 어떤 말들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 말이다. 성과 중에서도 정량으로는 숫자가 잘 나왔지만 나에게 의미가 없는 것이 있고 반대로 숫자가 없어도 나에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는 것을 구분하면서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물꼬가 터졌다'라는 표현 밖에 나오지 않았다. 꺼내다 보니 생각이 계속 나왔다. 시작이 어려운 것이었다. 
 
 

#패턴이 있고 흐름이 있었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기 PR이다. 이직 준비를 하면서 특히 더 그랬다. 서사를 말하는 것도 정체성을 말하는 것도 어려웠다.
 외부에서 보면 더 그럴 것 같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지?'라고 말이다. 기존 경력은 해외영업 → 마케팅  퇴사   AI 개발 부트캠프 그런데 희망하는 것은 PM, 자동화, 마케터.
 가끔은 회계랑 세무도 다시 공부하고 싶어진다. 나조차도 '내가 뭘 원하는 지 모르겠다.' 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근데 내가 왜 그랬는지 보니깐 패턴과 흐름이 있었다.
 가장 쉽게 보인 건 퇴사 패턴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는 기간에는 정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퇴사 후에는 늘 '배우는 기간'을 가졌다. 이전에는 ERP를 배웠고, 이번에는 AI 였다. ERP는 다음 회사에서 기회의 발판이 되었고 AI도 새로운 시도의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나는 퇴사를 내 역량을 확장하는 기간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일하는 방식도 그렇다. 나는 일을 할 때 전체 그림을 먼저 보는 사람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진행했던 Meta 캠페인도 사업 기획을 보자마자 '이게 고객이 궁금해 하는 거임?',  '이걸 우리는 왜 하는지?', '우리가 얻어야 하는 건 무엇이지? 이 질문을 먼저 했던 거였다. 그래서 국내향보다는 전환 흐름을 봤을 때 현지 교민 타겟이 더 자연스럽겠다는 가설이 생겼고 A/B TEST를 제안했고, 그게 결국 OPP로 연결됐다.
 해외영업할 때 똑같았다. 내가 혼자할 수 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다음 일을 이어갈 수 있게 일을 열어주는 것이었다. 일이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Lead time도 한국과 중국의 차이, 재질 별 차이, shipment 일정 등에 따라 발주 등을 처리했다. 막히지 않게 흐름이 끊기지 않게 조율하는 걸 먼저 했다. 
 이런 행동들을 쓰다보니 모두 같은 걸 가르키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흐르는지 보고 연결하고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 Rev Ops & Growth Ops 

 그동안 나는 경력기술서 중심으로 '어떤 성과를 가지고 있는가'로 나를 설명했왔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했다. 3일 동안 나의 강점, 약점은 물론, 일할 때 어떤 생각했는지 성과보다 어떤 문서가 왜 좋았는지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분석했다. 그러다 GPT가 Rev ops와 Growth Ops라는 것을 알려줬다. 순간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스페셜리스트를 부러워했다. 왜 나는 하나만 깊게 파지 못하는 걸까?, 왜 여기저기 생각과 관심 분야가 튀는 것일까? 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래서 '잡부, 제너럴리스트가 꿈입니다.' 하면서 스스로 포장했을지도 모른다. 근데 이제 조금 맞는 것을 찾은 느낌이었다. 
  마케터로 구직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게 내가 가진 경험과 가장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Ops 쪽은 경험이 적어서 스스로 배제했었는데 다시 보니 나는 일을 연결해주는 역할에 더 맞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AI와 자동화라는 도구를 더 잘 활용하게 되면 그걸로 인해 '내가 시스템을 만들어서 내가 사라져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처음엔 조금 불안하겠지만 그조차 좋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확실했다. 이게 내가 좋아할 역할이다. 
 언젠가는 이 단어들도 바뀔지 모른다. 근데 중요한 건 1년 동안 고민했던 나의 정체성을 표현할 '역할'과 목표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불편하고 불안하고 설렌다는 것이 좋다. 1년 전 HOC 18기 첫 활동 때 였던 것 같다. 피어리뷰로 지오님께서 퇴사 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인스타 프로필에 써보라는 이야기해주셨는데 그때 끝끝내 쓰지 못했었다. 
 

성공하는 리더들의 영어필사 100일의 기적_day88